†선교후원 사역†/선교한국

하나님 백성의 선교

예림의집 2018. 8. 29. 16:44

하나님 백성의 선교


복음의 배달부인가, 증인인가?

 

이 책의 제목을 보면 자연스럽게 라이트의 전작 「하나님의 선교」(IVP)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라이트는 비록 이 책이 반복하는 주제들은 있지만 전작의 단순한 축약판은 아니라고 말한다. 「하나님의 선교」는 (초보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이론적 토대라는 의미에서) 좀더 기초적 주제인 선교적 해석학을 다루어 하나님의 선교가 “창조에서 새 창조까지 성경 전체를 통합”해 주는 것임을 밝힌 반면, 이 책은 그러한 이론적 토대 위에 “우리는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여기에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시도한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먼저 선교와 선교 사역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선교에 대한 정의를 제시한다. 그런 다음 “온 세상에 온 교회가 온전한 복음을”이라는 로잔 언약의 핵심 모토에 나오는 온 세상, 온 교회, 온전한 복음이라는 세 요소를 통해 하나님 백성의 선교적 정체성과 관련된 여러 질문을 제기하며 책 전체를 안내한다. 이 세 요소는 결론에 해당하는 3부에서 책 전체를 요약하는 틀로 다시 사용된다. 2부는 “…하는 백성”이라는 문구를 반복하며 저자가 찾은 대답들을 열거한다. 13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2부는 ‘막간’을 기준으로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대체로 앞부분은 어떤 하나님 백성이 ‘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뒷부분은 하나님 백성이 어떻게 ‘행해야 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어떤 하나님 백성이 되어야 할 것인가를 다루는 전반부에는 사실상 「하나님의 선교」에 등장했던 실천적 측면을 지닌 중요한 주제들(창조세계의 선교적 중요성, 복의 보편적 대상과 총체적 내용, 선교에 있어 필수적인 윤리, 선교의 모델인 출애굽과 희년, 거룩의 윤리적 특징, 열방과의 관계)이 반복된다(그러나 이 책은 좀더 독자친화적으로 서술되었기에 읽을 가치가 분명히 있다). 전작에서는 창조세계에 관한 논의가 책의 거의 마지막인 4부에 등장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분명히 느끼지 못할 수도 있었지만, 이 책에서는 “성경 전체에서 교회의 선교에 대한 성경신학을 끌어낼” 때 “하나님 백성의 선교가 방대하고 다양하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p. 52)며 성경 전체 이야기의 중요성을 설명한 후, “창조세계를 돌보는 백성”을 가장 먼저 제시하여 이 주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한다. 이는 그가 「하나님의 선교」에서도 잘 설명했듯이, 창조세계도 하나님의 선교 무대라는 사실이 선교가 근본적으로 하나님의 것임을 가장 잘 보여 주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창조세계에 대한 관심이 그리스도의 십자가라는 전통적인 선교적 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라이트의 설명이다. “십자가에서 흘리신 그리스도의 피가 죄인뿐만 아니라 창조세계를 하나님과 화해시키는 수단”(p. 73)이기 때문이며, 그렇기에 “하나님의 구속적 선교는 창조세계를 포함한다”(p. 75)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십자가의 우주적 구속을 골로새서, 로마서, 베드로후서 등을 통해 논증한다.

윤리의 중요성도 다시 강조된다. 하나님 백성의 실제적 정체성과 실천에 좀더 관심을 기울이는 이 책에는 “성경적 윤리 없이는 성경적 선교도 없다”라는 그의 핵심 주장이 여러 곳에 명시적으로 나온다(pp. 127, 216, 398). 게다가 이 주장은 “성경적 거룩함 없이 성경적 선교는 없다”(p. 179)라거나 “변화가 없는 곳에는 복음도 없다”(p. 291)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그러나 라이트는 이 주장을 단순히 반복만 하지 않고, 비윤리적인 교회가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복음의 걸림돌이 되는지 이전보다 강력하게 묘사한다.

 

“인도에서 살 때, 인도 복음화를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인도라는 나라의 상태나 힌두교의 저항이 아니라 교회의 상태라고 인도 그리스도인들이 말하는 것을 종종 들었다.…분열되고 찢어지고 싸우는 교회는 분열되고 깨어지고 폭력적인 세상에 대해 말하거나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부도덕한 교회는 부도덕한 세상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부패, 신분 차별, 여러 형태의 사회적·인종적·성적 억압으로 가득한 교회는 그런 것들이 횡행하는 세상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부와 권력에 집착하는 지도자들을 둔 교회는 탐욕스런 폭군들이 가득한 세상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처럼 나쁜 소식이 되어 버린 교회는 나눠 줄 수 있는 좋은 소식이 없다. 아니, 적어도 교회에는 좋은 소식이 있지만, 교회가 전하는 소식은 교회의 삶에 삼켜져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pp. 127-128).

한국에 사는 우리도 교회가 복음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아니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는 상황에서, 그러한 상황이 우발적이 아니라 필연적이라는 것을 구체적인 본문 주해와 성경신학을 통해 보여 주는 라이트의 설명은 가슴이 저리게 만든다.

 

2부 뒷부분에서 라이트는 하나님의 백성이 어떻게 ‘행해야 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특히 “살아 계신 하나님을 증거하는 백성”,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는 백성”, “보내고 보냄받는 백성”이라는 주제들은 기존의 선교 이해에서 익숙한 주제들이면서도 그가 「하나님의 선교」에서 충분히 다루지 않았던 것들이다. 어쩌면 어떤 독자들은 이 책에서 주로 이런 주제들을 기대했을 수 있다. 그런데 라이트는 “증거”, “복음”, “가거나 보내기” 등 선교에 대한 기존의 주제를 다루면서도 성경 전체에 토대한 논의를 통해 기존의 논의들이 놓쳤던 부분들을 명확히 짚어낸다. 믿음과 순종이 복음 안에서 결코 나누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복음을 하나님의 통치로 설명하는 그는 “복음은 윤리적 변화다”라는 소제목 아래 다음과 같은 주장들을 펼친다. “삶의 근본적인 변화가 좋은 소식에 대한 믿음과 함께한다. 이 둘은 서로 떼어낼 수 없다.” “복음의 교리를 믿는 것과 복음의 윤리를 사는 것…둘 다 복음의 본질이다.” “복음은 은혜로 말미암아 선행으로 이어지는 구원에 대해 말한다.” 베드로, 야고보, 요한, 히브리서 기자, 그리고 예수님까지 “복음을 본질상 윤리적인 것으로, 그저 믿음만이 아니라 순종의 문제로 이해”한다. 그래서 결국 “변화가 없는 곳에는 복음도 없다.”

“가거나 보내기”라는 주제와 관련해서도 책의 마지막 부분인 13장과 14장은 의미심장하다. 13장에서 라이트는 대다수의 신자들이 “전통적 의미에서 여행하는 선교사로 보냄받지 않는”데, 어떤 점에서 이들의 일상의 삶이 “하나님 백성의 선교의 일부분”인지를 역시 성경 전체를 통해 해명한다. 요컨대 “당신이 매일 하는 일이 중요한 것은 그 일이 하나님께 중요하기 때문이다”(p. 363). 또한 14장에서는 찬송과 기도의 선교적 차원을 밝힌다.

선교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메시지에만 관심을 가지기 쉽다. 그러나 그것은 복음 “배달부”를 양산할 뿐이다. 라이트가 삶에 대해 그렇게 강조하는 이유는 “당신이 가서 하나님의 통치를 선포하기 원한다면, 당신이 먼저 하나님의 통치 아래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p. 239). 우리는 삶이 없이 복음을 배달만 하고 있는가, 아니면 하나님의 통치 아래 사는 것을 통해 복음을 증거하고 있는가? 이것이 “우리는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여기에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라이트의 대답들을 듣고 나서 묻게 되는 그 다음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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