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를 이기는 길: ③그리스도인의 덕목
앞서 말했듯이 사막 수도사들은 나태를 가장 위험한 대죄로 인식했기에, 그만큼 나태를 이기기 위한 덕목들을 많이 제시하고 훈련에 힘썼습니다.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역시 그 덕목들을 이해함으로써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수도사들의 덕목들을 살펴보면서 오늘 날 그리스도인의 덕목을 세워나가 봅시다.
먼저 에바그리우스가 제사한 덕목 중 가장 핵심적인 세 가지는 바로 분별과 자기 절제와 순종입니다. 이외에도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 겸손, 죄에 대한 애통함 등이 있습니다. 그는 수도사들에게 늘 "자기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을 주의 깊게 살펴서" 영적이고 도덕적인 분별력을 고양하도록 했습니다. 나타에 빠지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마귀가 내면에 부정적 감정을 일으키기 때문인데, 그것에는 일정한 패턴과 리듬이 있기 마련이고 따라서 그 패턴을 읽고 강하게 대처할 수 있는 분별력을 키워야 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정오의 마귀가 대낮에 찾아와 부단히 마음을 움직여도 스스로 통제하고 자제하여 기도의 처소를 지키고 수도사들과 함께 시편 낭송의 시간을 굳게 지킬 것을 강조했습니다. 이런 자기 절제 훈련을 통해 수도사들은 마음이 끌리는 대로 행동함으로써 나태에 빠지는 것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또 그는 윗사람과 멘코의 말에 겸손히 귀를 기울이고 순종하는 태도도 나태를 극복하는 데 유익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다음으로 카시아누스는 신약 사도들의 가르침과 모범을 근거로 수도사들을 권고했는데, 몸과 마음이 느슨해져 있는 수도사에게는 무엇보다 육체적인 노동이 좋은 치유책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즉 사도 바울이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부부와 더불어 천막을 만들며 생활한 이야기를 모범으로 삼아 육체노동이 나태를 치유하는 대안이 된다고 본 것입니다.
단테의 <신곡>에는 연옥에서 참회하는 게으른 자들의 참회기도 내용이 없습니다. 단지 그들은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 자로 묘사될 분입니다.. (참고로 저는 연옥을 믿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그들에게 요구된 참회의 내용이었습니다! 이들은 세상에 있을 때 늘 마음만 먹었지 그 마음먹은 바를 제대로 실행해 본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나태를 극복하려면 몸을 움직여 마음에 품은 것을 행동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한편 7세기 수도사 요한 클리마쿠스는 공동생활이야말로 나태를 이기는 핵심적인 방법이라고 보았습니다. 에바그리우스, 카시아누스와 함게 그 역시 마귀의 최종 목표가 수도사의 자리 이탈이라고 보았는데, 마귀는 갑작으런 복통 등 갖은 수단 방법을 동원해 수도사들이 공동 모임에 나가지 못하도록 치밀하게 방해하고 마침내 수도 장소를 떠나게 만든다고 했습니다.
이렇듯 마귀가 수도사들의 공동생활을 싫어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시편 찬송을 외워야만 잠들 수 있고 육체노동을 해야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동체 생활의 규율은 기본적으로 나태를 억제하는 데 매우 유익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수도사들은 공동체를 통해 순종을 배움으로써 영적 훈련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정오의 마귀는 "독수도사들의 기도실을 보며 늘 미소 지으면서 그곳 주위를 배회하지만 ... 순종하는 사람들 마음속에는 자리를 잡지 못하고 조용히 지낸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오늘날의 그리스도인들도 함께 주를 찾고 그분의 뜻대로 살고자 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모임을 소중히 여기고, 서로 격려하며 지내는 데 힘쓸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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